2009. 7. 18. 14:40 기타

요리사 아빠의 맛있는 육아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빠를 ‘핫대디’라고 합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뜨거운 마음을 가진, 그리고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고 표현하는 요리사 아빠 세 사람을 소개합니다. 막 백일이 지난 아들을 둔 아빠부터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아빠까지, 그들의 육아에 대한 생각과 노하우.

출산과정, 육아를 함께하는
‘라 깜빠냐’ 손창범 셰프

아들은 오랜 시간 엄마를 힘들게 하고, 저 자신도 지칠 대로 지친 막바지에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냈다. 힘겹게 오랜 시간 엄마와 산고를 나누던 아들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아빠 품에 건네졌다. 고생한 아들의 찌푸린 얼굴이 가슴 벅차게 사랑스러울 줄이야. 그는 갓 태어난 아들을 보며 무한한 감동과 책임감이 체온보다 더 뜨겁게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인터뷰 요청 전화에 스케줄을 확인하며 일정을 알려주는 그의 목소리는 작고 낮았다. 겸연쩍게 웃음을 섞어가며 “제가 핫대디 인터뷰에 적합할까요?” 하고 되물었지만 만나고 보니 그는 진정 ‘핫’대디였다.
아들이 태어난 지 이제 세 달 정도 되는, 정말 따끈따끈한 대디였고, 인터뷰하는 내내 느껴지던 아내와 아들에 대한 사랑은 여름날의 햇살처럼 뜨겁고 강렬하게 느껴졌다.

가장 맛있는 파스타를 만드는 아빠
그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라 깜빠냐’를 운영자하는 오너 겸 셰프다. 어머니가 운영하는 한식당 ‘전원’ 바로 옆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열어 맛있는 파스타를 선보이고 있다. 언젠가 맛보았던 그의 파스타는 접시에 남은 얇은 마늘 한 조각을 포크로 찍어 소스까지 말끔하게 먹었을 정도로 황홀한 맛이었다. 마음에 쏘옥 들었던 파스타 맛 때문에 오래도록 기억했던 그의 레스토랑 라 깜빠냐에서 그는 파스타만 맛있게 만들어낸 것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그는 사랑하는 여인도 만나고, 또 그 여인과의 사이에서 얻은 소중한 아들도 탄생시켰다.
라 깜빠냐는 이탈리아어로 ‘전원’이라는 뜻이다. 그는 일본에서 제과제빵 공부를 하고 돌아와 지금의 아내를 지인의 소개로 만나 작년 늦은 여름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니까 어머니, 그, 아내까지 모두 요리하는 집인 셈. 맛있는 음식은 행복을 불러온다 했던가, 그의 집안에는 행복이 항상 차고 넘칠 것 같았다.

행복 스튜, 맛이 무르익다
그는 얼마 전 자신을 쏙 빼닮은 사랑스러운 아들을 얻었다. 아내가 임신한 사실을 안 뒤 산부인과에 진료를 받을 때마다 동행하며 아내를 보살피고 챙겼다. 출산 과정도 함께했다고 했다. 촬영하면서 그가 피곤한 듯 연신 마른세수를 했다. 가까이서 보니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아이 때문에 지난밤에도 잠을 거의 못 잤거든요. 자꾸 눈이 감겨도 이해해주세요.” 밤낮이 바뀐 아들 때문에 잠을 설치고 하루의 고된 일과를 보내면서도 당연하다는 기색이다. 그는 하루 일과를 마치면 산후조리하느라 처가에 머물고 있는 아내와 아이를 보러 간다.

아빠가 되고 보니 전에는 몰랐던 것들이 보이고, 앞으로 아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것이 많아 아버지로서 느끼는 책임감도 더 커졌다는 그의 어깨가 조금 더 넓어진 것처럼 보였다.
그는 아이가 자신을 닮아 요리를 하겠다고 하면 적극 지원해주겠다고 한다. 앞으로 아이에 대한 사랑이 담뿍 담긴 이유식을 만들 것이고, 간식도 만들 것이다. 아내를 위한 특별한 음식도 식탁 위에 차릴 것이다.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나니 새로운 세상을 연 것 같다는 그의 눈에서는 평온한 행복을 누리는 한 아빠의 모습이 보였다. 밤낮이 바뀌어 엄마 아빠를 잠 못 이루게 만드는 어린 아들이 자라 언젠가 아빠와 나란히 부엌에 서서 요리하게 될 그날을 기다리며 그는 오늘도 잰걸음으로 아내와 아이가 있는 처가로 향한다.

손창범 셰프가 아내를 위해 준비한
단호박 리소토

1 단호박의 윗부분을 자른 후 씨를 파내고,
포일로 덮어 250。 오븐에서 30분 간 익힌다.
2 쌀은 미리 20분 간  불려놓는다.
3 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가지, 호박, 새우, 피망을 넣고 볶는다.
4 야채가 어느 정도  볶아지면 불린 쌀을 넣고 볶는다.
5 닭 육수를 붓고 한번 끓인 후, 약한불로 줄여 뚜껑을 덮고 10분간 익힌다.
6 10분 후 시금치를 넣고 섞은 후, 미리 준비한 단호박 속을 넣는다.
7 단호박 뚜껑을 덮고, 오븐에 넣어 다시 10분간 익힌다.

손창범 셰프의 핫대디 육아법
밤에 깬 아이 재우기는 아내와 함께 한다.
2. 예방접종 등 아이의 병원 진료는 아내와 동행한다.
3  육아 관련 서적을 틈틈이 읽어 육아 상식을 쌓는다.
4. 집에 있는 동안은 젖병 소독, 기저귀 갈기 등을 맡는다.
5  아이 목욕시키기를 전담한다.

요리로 가족의 마음을 여는
‘뚜또베네’ 이재훈 셰프

그는 신선함이 살아 있는 모차렐라 치즈에 토마토와 바질을 넣고 올리브오일로 버무린 샐러드가 이탈리아 요리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요리라고 했다. 재료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그 맛을 그대로 전달하는 요리. 그가 추구하는 가족의 행복도 이와 같은 듯했다. 서로의 존재를 최대한 인정해주고 함께 조화롭게 어울려 행복을 만들어내는 것. 청담동 ‘뚜또베네’에 도착해 주방 쪽을 살피자 아이에게 줄 요리를 만들고 있는 이재훈 셰프의 모습이 보였다. 언뜻 보기에도 키가 꽤 크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무려 190cm이란다.

키가 크니 싱거운 면이 있으리라 내심 생각했지만 모든 법칙(말)에는 예외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요리에 대한 이야기, 육아에 대한 이야기, 아내와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까지 모두 다 똑 떨어지는 답변을 척척 내놓는 그의 모습에서 결혼 8년차의 단단한 내공과 아이와 아내에 대한 깊은 사랑이 느껴졌다.

두 아들을 보듬는 속 깊은 아버지
일곱 살인 첫째아들 주호와 세 살인 둘째아들 동호는 아빠가 쉬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아빠가 셰프로 일하다 보니 직업 특성상 주말이나 휴일에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 그래서 아빠가 집에 있는 날은 아이들이 가장 흥분하고 신나하는 날이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평일에 얻은 달콤한 하루 휴가를 기꺼이 헌납한다. 집 근처 공원이나 박물관 등으로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하고 돌아오면 몸은 고되고 힘들지만 마음만은 뿌듯하단다.
최근 들어 그가 큰아이에게 잔소리하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둘째가 형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 하려고 하기 때문. 그렇다고 큰아이의 잘못된 점을 일일이 지적하면 큰아이가 받는 스트레스도 늘어간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편인 큰아들이 활발한 둘째아들에 비해 풀이 죽고 기가 꺾일까 염려되어 아이의 성격에 맞게 교육 방법을 달리하려고 노력 중이다. 성격이 많이 다른 두 아들을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에서 속 깊은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졌다.

가족의 행복을 꿈꾸는 현명한 정치가
아이들뿐 아니라 아내를 챙기는 마음 씀씀이 또한 남다르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맞벌이하는 아내와도 틈틈이 대화의 시간을 마련한다. 샴페인 한 병을 준비해두었다가 가족 회식 자리를 마련해 도란도란 음식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의 장을 여는 것. 서로 마음에 품어두었던, 하고 싶은 말을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게 분위기를 이끄는 것은 그의 몫이다. 마음을 여는 데 빠져서는 안 될 것이 바로 음식. 아내와 어머니 사이에서 현명하게 정치하는 일이 여간 힘들지 않을 텐데 그는 그게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라며 당연하게 여긴다.

레스토랑의 주방과 홀에서 일하면서 만난 지금의 아내와는 연애 4년, 결혼생활 8년을 더해 12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결혼 생활 중 요리를 배우기 위해 이탈리아에 6개월 정도 머문 적이 있다.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이었음에도 그는 외로움과 향수병 때문에 무척 힘들었다고 털어놓는다. 아이와 아내 생각에 절로 한숨이 나올 때 마침 주변을 여유롭게 산책하는 한 아버지와 아들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부자의 모습이 너무 부러워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가족의 소중함과 그리움이 밀려와 쓸쓸한 마음으로 돌아서던 그때의 경험이 있기에 지금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이 더 소중하고 귀하게 느껴지는지 것인지도 모른다.

이재훈 셰프가 아이를 위해 준비한
칸넬로니


1 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다진 양파부터 닭 가슴살까지 소금 간해 볶는다.
2 파르메산 치즈와 리코타 치즈를 넣고 잘 섞어 소를 만든다.
3 삶은 라자냐에 소를 채우고 김밥 말듯이 돌돌 만다.
4 위에 모차렐라 치즈를 얹어 200℃로 예열한 오븐에 5분 정도 굽는다.
5 팬에 오일 약간과 손으로 뜯은 바질을 넣고 데워서 향을 낸 후 토마토소스를 넣고 데운 뒤 소금으로 간한다.
6 토마토소스를 접시에 담고 위에 칸넬로니를 얹으면 완성.

이재훈 셰프의 핫대디 육아법
1 두 아들과 함께 야외 활동을 자주 한다.
2. 성격이 반대인 두 아들을 다른 방식으로 훈육한다.
3 큰아들에게 형의 의무만 강조하지 않고 권리도 지켜준다.
4. 육아 문제에 대해 아내와 자주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5 육아를 맡고 있는 어머니에게 감사의 마음을 자주 표현한다.

사랑을 노래하는 요리사 가족
‘테이스티 블루바드’ 최현석 셰프

따뜻한 봄 햇살이 내려앉은 ‘테이스티 블루바드’의 테라스 너머로 주방이 보인다.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모습을 보이는 주방, 그 주방 안에는 최현석 셰프가 여러 요리사를 진두지휘하며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한창 준비 중이던 음식 냄새가 기분 좋게 후각을 자극하며 먼저 인사를 건넨다.

요리가 좋아서 무작정 요리의 세계에 뛰어든 그는 12년 전 한남동 ‘라 쿠치나’ 주방에서 이탈리아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어머니와 형이 모두 요리사로 일하는 요리사 가족의 아들이던 그에게는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라 쿠치나’ 주방으로 그를 보낸 것도 그의 형이었다. 그는 이탈리아 요리가 편하고 친숙하며 조리법이 간단해 인간적인 면이 느껴진다고 했다. 바로 그런 면에 이끌려 12년째 이탈리아 요리를 하고 있다. 그는 요리를 배우기 전 쿵푸를 오랫동안 해왔다고 한다. 운동을 하던 그가 요리로 방향을 바꾼 것. 어릴 때부터 꾸준히 남다른 발상과 새로운 시도를 해오던 그는 요리하면서도 항상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려고 노력한다.

평범함은 가고, 새로움이여 오라
2006년 11월 오픈한 압구정동 ‘테이스티 블루바드’의 이사이자 셰프인 그는 2층에서 주방 전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오픈 주방을 만들었다. 2층에 올라가 아래를 보니 주방에서 분주하게 음식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 시원스레 드러났다. 주방을 오픈하는 것이 하나의 흐름처럼 된 지는 몇 년이 지났지만 이렇게 위에서 주방 전체를 다 내려다보는 구조는 흔하지 않다. 그만큼 주방에 대해 자신감이 있다는 이야기.
칼질부터 하나씩 배우던 초보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는 색다른 것을 추구하고 도전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그는 평범한 것을 거부하며 인터넷 아이디, 이메일 주소 모두 ‘크레이지 파스타(crazy pasta)’를 쓴다.

세 여자와 함께 행복을 요리하다
아내와는 고등학교 때 교회에서 처음 만났다. 교회 밴드 활동을 하는 그를 보고 반한 아내와 연애하다 평생의 반려자로 살고 있다. 아이는 엄마 손에서 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그는 결혼 이후 지금까지 혼자 일을 해왔다. 올해 결혼 10년째 접어드는 그는 큰딸 연수(10세), 작은딸 연제(8세)의 아빠다. 쉬는 날이면 두 딸과 함께 주방에서 요리를 한다. 아빠가 “요리하자”고 말을 꺼내자마자 쏜살같이 달려오는 두 딸은 초롱초롱 눈망울을 빛내며 아빠가 지시하기만을 기다린다. “연수 요리사는 밀가루를 그릇에 담고요, 연제 요리사는 달걀을 깨뜨려 그릇에 담아주세요.” 이렇게 아이들에게 역할 분담을 해주면 두 딸은 분주하게 손을 놀린다. 아이들과 한바탕 신나게 요리를 마치고 나면 기타를 꺼내 들고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부른다. 아이들 둘 이름을 넣어 노래 가사를 바꿔 불러주면 무척 좋아한다고. 아이와 놀아주는 데도 그의 창의력이 빛을 발한다. 그는 틈날 때마다 아이들과 같이 있으려고 노력한다. 지금은 사소한 놀이일지 몰라도 아이에게는 값진 어린 시절의 추억이 될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최현석 셰프가 아이를 위해 준비한
차가운 카프레제 파스타

1 말린 토마토와 모차렐라 치즈, 바질을 각각 3 x3cm 크기로 잘라 준비한다.
2 파스타 면을 물에 삶아 건져 찬물에 헹군다.
3 ②에 소금, 후춧가루, 엑스트라 올리브 오일로 맛을 낸 후 접시에 담고 ① 을 올린다.



[출처] 앙팡 (2008년 6월호) | 기자/에디터 : 김수진 / 사진 : 한수정, 전문식, 이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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